2030 vs 5060, 용궁포가 본 ‘세대 갈등’의 실체와 해결 모색

젊은 창업가와 전통 상인들 사이 경제적 생존권 경쟁… 이민호 후보 “소통으로 상생 찾겠다”

이현우 기자

오전 8시 용궁포 전통시장. 박순금(67) 할머니가 40년간 운영해온 ‘금성수산’ 앞에서 커다란 냉동차가 소음을 내며 짐을 내리고 있었다. “저 젊은 것들 때문에 새벽부터 잠을 못 자겠어”라며 박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불과 200미터 떨어진 ‘바다향 커피’에서는 김영호(29) 대표가 원두 볶는 기계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전통시장 할머니들이 우리를 곱지 않게 보시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에요”라며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우리도 살아야죠.”

용궁포에 불고 있는 세대 갈등이 단순한 문화 차이를 넘어 경제적 생존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한쪽에는 3-4대째 이어온 터전을 지키려는 60-70대 전통 상인들이, 다른 한쪽에는 서울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내려온 20-30대 젊은 창업가들이 서로 다른 꿈을 품고 마주하고 있다.

경제적 현실, 서로 다른 압박

“우리 김밥이 2천원인데 저 커피가 6천원이야. 손님들이 어디로 가겠어?” 박순금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40년 장사꾼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새벽 4시부터 준비해서 하루 10만원도 벌기 어려운 상황에서, 옆 골목 젊은이들은 커피 한 잔으로 자신의 하루 매출을 넘어선다.

박 할머니가 걱정하는 것은 비단 매출 감소만이 아니다. “젊은 손님들이 우리 가게는 ‘인스타 감성’이 아니라며 지나쳐 가요. 60년 전통이 하루아침에 촌스러운 게 됐어요.” 그녀의 딸 김미경(45)씨는 “어머니가 요즘 자존감이 많이 상하셨다”고 전했다.

반면 김영호 대표는 또 다른 경제적 압박을 토로했다. “서울 연남동에서 월 300만원 내던 임대료가 여기서는 100만원이에요. 그래도 매출이 서울의 1/3 수준이라 쉽지 않습니다.” 그는 “전통시장 상인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우리도 청년 창업의 기회를 찾아 내려온 것”이라며 “서로 적대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주차와 소음, 일상의 마찰

세대 갈등은 일상적인 불편함에서도 드러난다. 새벽 6시 원두 배송 트럭의 소음, 좁은 골목길에 몰린 젊은 손님들의 자동차, 전통 가게 앞까지 이어지는 카페 대기 줄이 매일 작은 충돌을 만들어낸다.

“젊은 손님들이 우리 가게 앞에 차 세워놓고 커피 마시러 가버려요. 그럼 우리 단골 어르신들은 어디 주차하라고요?” 생선가게 김재순(71) 할머니의 하소연이다.

김영호 대표는 “주차 문제는 우리도 고민이 많아요. 손님들께 대중교통 이용을 권하지만 쉽지 않죠”라며 “최근에는 오토바이 배달을 늘려서 차량 방문을 줄이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중간 세대의 고민, “둘 다 이해돼요”

양 세대 사이에서 김재원(45)씨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20년간 용궁포에서 철물점을 운영해온 그는 “어머니 세대의 마음도, 젊은 사람들의 처지도 이해가 돼요”라며 “문제는 서로 대화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통 상인들은 ‘젊은 것들이 우리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시고, 젊은 창업가들은 ‘어르신들이 우리를 배척한다’고 느끼죠. 실제로는 둘 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고 있어요.”

이민호의 중재 시도, “함께 성장하는 용궁포”

이런 갈등 상황에서 이민호(29) 후보가 직접 나섰다. 지난 3일 전통시장을 찾은 그는 박순금 할머니의 가게에서 김밥을 사 먹고, 김영호 대표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양쪽 모두와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할머니들의 60년 경험과 젊은이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나면 더 좋은 것이 나올 수 있어요”라며 이 후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전통 시장 상인분들이 젊은 창업가들에게 지역 정보와 고객 노하우를 전수하고, 젊은이들은 디지털 마케팅이나 소셜미디어 홍보를 도와드리는 식으로요.”

그는 특히 “용궁포만의 독특한 콜라보레이션”을 강조했다. “박순금 할머니의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김영호 대표 카페에서 판다면? 전통의 맛과 트렌디한 공간이 만나 새로운 매력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상생 모델 찾기, “경쟁에서 협력으로”

이민호 후보의 제안에 양쪽 모두 관심을 보였다. 김영호 대표는 “실제로 할머니들의 음식 솜씨는 정말 대단해요. 우리 공간에서 전통 음식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순금 할머니도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함께 뭔가 하고 싶어한다면 나쁠 것 없지”라며 마음을 열었다. “다만 우리의 전통 방식을 존중해주면서 함께하는 거라면 말이야.”

전문가 분석, “세대 통합의 새로운 실험”

용궁포대학교 사회학과 김정호 교수는 “이민호 후보의 접근은 세대 갈등을 단순한 문화 차이가 아닌 경제적 문제로 접근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정치에서는 세대 갈등을 문화적 차이나 가치관 문제로만 접근했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생존 문제가 핵심이다. 양쪽 모두의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방식은 참여 민주주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통의 장 만들기, “매주 대화 모임”

이민호 후보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도 약속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전통시장 공용 공간에서 ‘세대 소통 모임’을 만들겠다”며 “상인회와 젊은 창업가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애로사항을 나누고 협력 방안을 찾는 정기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라며 그는 “용궁포가 전국의 세대 갈등 해결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원씨는 “젊은 정치인이 실제로 발로 뛰면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며 “기존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변화의 바람,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하루 종료 시점인 오후 6시, 전통시장과 트렌디한 카페들이 공존하는 용궁포의 저녁 풍경이 펼쳐졌다. 박순금 할머니는 “젊은이들도 나름대로 고생하는구나”라며 생각이 바뀌었음을 내비쳤다.

김영호 대표는 “어르신들의 오랜 경험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세대 갈등이 세대 협력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민호 후보가 제시한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비전이 용궁포에서 현실이 된다면, 전국의 많은 지역이 주목할 만한 사회적 실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던 두 세대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함께 걸어갈 수 있을지, 용궁포의 실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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