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기자
용궁포 앞바다에서 발생하는 용오름 현상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용궁포 독수리 야구팀의 경기 일정과 팬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용궁포 앞바다에서 관측된 용오름은 총 47건으로, 예년 평균 15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4월 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야구 시즌과 겹치면서 스포츠계에 비상이 걸렸다.
“선수들 컨디션 영향… 안전이 최우선”
독수리의 에이스 투수 최강훈(29)은 “요즘 날씨가 정말 이상해요”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운드에 올라서면 바람이 갑자기 세지거나 공기 압력이 변하는 게 느껴져요. 투구 폼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걱정입니다.”
실제로 지난 화요일 LG 트윈스와의 경기는 7회 말, 갑작스럽게 형성된 용오름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구장 상공으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물기둥이 관중석까지 위협하면서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것이다.
“30년 독수리 팬으로서 이런 건 처음 봤어요. 하늘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광경이었습니다.” 독수리 팬클럽 ‘바다독수리’ 회장 박철수(45)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팬 이벤트도 줄줄이 취소
문제는 경기 중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팬클럽이 계획했던 해변 바비큐 파티, 구장 앞 응원 행사 등 야외 활동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올해 개막전을 앞두고 해변에서 응원가 연습을 하려고 했는데, 용오름 경보 때문에 실내로 옮겨야 했어요.” 팬클럽 부회장 김민정(38)은 “스포츠가 단순한 경기를 넘어 지역 사회 공동체 활동의 중심인데, 이런 기후 변화가 우리 문화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독수리 팬들이 자랑하는 ‘바다 너머 응원가’는 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부르는 전통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안전상 이유로 바다 쪽 관중석을 폐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학적 분석 vs 전통 지혜
기상청 해양기상과 김바다 연구사(42)는 “용궁포 앞바다의 수온이 평년 대비 2.3도 상승하면서 대기와의 온도 차이가 커졌다”며 “이로 인해 상승기류가 강해져 용오름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특히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독수리 경기 시간대에 발생 확률이 가장 높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기상 예보를 더욱 정밀하게 해야 하고, 스포츠 일정도 이를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역의 해녀 할머니들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지난주 해녀 김정순 할머니가 “이무기가 깨어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전통 지식과 과학적 분석이 만나는 지점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들이 말하는 바다의 변화와 우리가 겪는 경기장의 변화가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박철수 회장은 “전통 지혜를 무시할 게 아니라, 스포츠계도 이런 자연의 신호를 더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팬 민주주의로 대응 방안 모색
독수리 팬클럽은 이번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팬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온라인 투표를 통해 우천 시 대체 응원 방안을 결정하고, 안전 가이드라인도 팬들이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
“관중들이 수동적으로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함께 대응해나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에요.” 팬클럽 기획팀장 이영수(32)는 “이런 경험이 스포츠를 넘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래 경기장 설계에도 영향
더 나아가 독수리구단은 내년 완공 예정인 신구장 설계에도 기후 변화를 고려한 안전 시설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급속한 기상 변화에 대비한 대피 시설과 실내 관람 공간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30년 응원해온 팬으로서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요. 스포츠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공동체가 환경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철수 회장의 말처럼, 용궁포의 기후 변화는 스포츠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용오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포츠 관련 시설들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독수리팬들의 창의적 대응이 다른 지역 스포츠 공동체에도 좋은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용오름: 바다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물기둥 현상으로, 토네이도와 유사하지만 바다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