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김소영
용궁포시의회가 어제 오후 3조원 규모 마리나 시티 개발 사업 예산안 심의를 공식 시작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태평건설 선정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첫날부터 논란이 일었다.
의회 첫날부터 격돌
“의장님, 질의하겠습니다.” 박민철 민주당 의원이 손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태평건설 선정 과정에서 왜 지역 업체들의 참여 기회가 제한됐는지 명확한 답변을 요구합니다.”
용궁포시의회 본회의장은 긴장감이 흘렀다. 방청석에는 평소보다 적은 수의 시민들만이 앉아 있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방청석 인원을 제한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의도적으로 참관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민철 의원은 이어 “개발 사업 규모가 3조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입찰 공고 기간이 15일에 불과했다”며 “이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어려운 짧은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반박과 절차적 정당성 주장
이에 대해 서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절차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됐다”며 “야당이 개발 사업 자체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태평건설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업체”라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검증된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서 의원은 강조했다.
하지만 박민철 의원은 “시장에서 공언한 ‘지역 업체 우선 참여’ 원칙은 어디로 갔느냐”며 “대기업 위주의 개발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내부 문서로 드러난 졸속 진행 정황
본지가 용궁포시청 내부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개발 사업 예산안 심의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조건으로 한 시청 관계자는 “원래는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설명회를 충분히 거친 후 내년 상반기에 의회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올해 안에 처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6개월 만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통상적으로 이 규모의 개발 사업은 2-3년간의 검토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용궁포시가 과거 진행한 해안도로 건설 사업(5000억원 규모)의 경우 계획 수립부터 의회 통과까지 2년 6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번 마리나 시티 개발은 그보다 6배 큰 규모임에도 절반 수준의 기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민 참여 기회 제한 논란
시민 참여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지난달 실시된 주민 설명회는 총 3회에 불과했고, 각 회당 50명만 참석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용궁포 전체 인구가 8만 명인데 150명만 의견을 들었다는 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박민철 의원은 비판했다.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바꾸는 대사업인데 이 정도 소통으로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환경단체 관계자인 김미영 용궁포환경보호협회 회장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할 시간이 일주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전문가들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려운 촉박한 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예산 항목별 검토 과정에서 추가 쟁점 부상
의회 심의 과정에서는 예산 항목별 세부 내용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특히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책정된 150억원의 용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추진비가 무엇인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박민철 의원은 “투명한 예산 집행을 위해서는 모든 항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태평건설에 지급될 설계비와 감리비가 다른 유사 사업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 관계자는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
시정개발연구소 김재훈 박사는 “급속한 개발 추진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며 “충분한 검토와 시민 참여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특히 해안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단기적 경제 효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궁포대학교 행정학과 이상호 교수도 “주민 참여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면 나중에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주 집중 심의 예정
이날 의회는 기본적인 쟁점 정리에 그쳤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항목별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회 관계자는 “예산안의 규모가 크고 검토할 내용이 많아 최소 2주간의 심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 집행부는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일정에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철 의원은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투명한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공청회나 현장 조사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궁포시의회의 이번 심의 결과는 3조원 개발 사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 속에서 과연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가 보장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