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신문 | 윤서진 사회부 기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민호(29) 예비후보의 할아버지 이동수 할아버지(82)가 22일 오후 “손자가 익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대학 수영 동아리 출신이 어떻게…”
이동수 할아버지는 이날 오후 본지와 만나 “민호가 바다에서 익사했다는 경찰 발표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물놀이를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을 배웠어요. 대학교에서는 수영동아리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수영을 잘했는데, 용궁포 바다에서 익사했다니요…”
이동수 할아버지는 특히 “용궁포 앞바다는 민호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다니던 곳”이라며 “바다 지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이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통화에서 느낀 불안감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민호와 나눈 마지막 통화였다고 이동수 할아버지는 말했다.
“21일 밤 11시쯤 민호가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어요. ‘할아버지, 혹시 모르니까 말씀드리는데…’라고 하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아요’라고 하면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어요. 그때는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받나 보다 했는데…”
이동수 할아버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출마 후 이상한 일들
300억원 토지 매입 제안을 거절하며 개발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한 이후 민호 주변에 수상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이동수 할아버지는 증언했다.
“집 앞에 모르는 차들이 자주 서 있었어요. 같은 차량이 계속 나타나는 것 같아서 민호에게 물어봤더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만 하더라고요.”
특히 시의회에서 개발 사업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부터는 민호가 더욱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혹시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와도 문 열어주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걱정하더라고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곧 끝날 거예요’라고만 했어요.”
“진실 밝혀달라” 간곡한 호소
이동수 할아버지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달라”며 간곡히 호소했다.
“왜 하필 환경단체에서 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한 바로 다음 날 이런 일이 일어났겠어요? 젊은 사람들이 그토록 지지하던 아이가 갑자기 죽었다는 게 우연일까요?”
“부검도 제대로 하고, 주변 CCTV도 다시 확인하고, 민호가 누구와 만났는지도 조사해주세요. 우리 민호는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가 함께 행복한 용궁포를 만들고 싶어했어요. 그런 꿈을 가진 아이를 누가 왜 해쳤는지 반드시 밝혀주세요.”
지역사회도 의혹 제기
이동수 할아버지의 주장에 지역사회에서도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용궁포 시민연대 정투명 대표는 “너무 의심스러운 타이밍”이라며 “환경 보전을 주장하던 후보가 갑자기 죽은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이민호 후보를 지지했던 상인들도 “그렇게 착한 아이가 왜 갑자기…”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경찰 “객관적 수사 진행”
용궁포경찰서는 “유족의 요구사항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도 “현재까지는 타살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80년을 용궁포에서 살아온 이동수 할아버지의 간절한 호소가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29세 청년 정치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