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신문 | 김소영 정치부 기자
서강철 시장의 3조원 개발 공약 발표 하루 만에 29세 젊은 정치인이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이민호 예비후보는 18일 오후 용궁포 전통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공동체를 보전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겠다”며 정식 출마를 선언했다.
“개발이 아닌 보전이 진짜 발전”
이 예비후보는 “용궁포는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어류 산란지 중 하나”라며 “이곳의 생태계를 지켜온 것은 수백 년간 지속해온 지역 주민들의 지혜”라고 강조했다.
“마리나나 호텔을 짓는다고 해서 진짜 발전일까요? 우리 할머니들이 50년, 60년 바다에서 쌓은 지식을 세계 해양학자들이 연구하러 오는 곳이 용궁포입니다. 이런 전통 지식이야말로 세계에 자랑할 우리의 진짜 보물입니다.”
실제로 용궁포 앞바다는 전복, 소라, 미역, 다시마 등이 자연 산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 생태계다. 이곳에서 3대째 해녀로 살아온 김정순(78) 할머니는 “바다 생물들의 습성을 아는 것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익힌 살아있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젊은 정치인의 색다른 접근
용궁포대학교 환경학과를 졸업한 이 예비후보는 “개발과 보전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생태 관광’과 ‘전통 지식 교육 센터’ 건설을 제시했다.
“해외에서 온 과학자들이 우리 해녀 할머니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제 교류이고, 지역경제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예비후보의 할아버지 이동수(82) 씨는 용궁포에서 3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다. 이동수 씨는 “손자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이 아이만큼 용궁포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민 참여 중심의 정치 공약
이 예비후보는 “모든 정책 결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대규모 개발 사업은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며 “시민들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젊은 세대와 어르신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며 “전통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수하는 것이 진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 지지
용궁포환경보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민호 후보의 출마를 환영한다”며 “생태계 보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그의 공약이 용궁포의 미래에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용궁포 전통시장 상인회도 “젊은 후보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겠다고 나서서 고맙다”며 “대기업 개발보다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젊은 정치, 새로운 가능성”
이 예비후보는 “나이가 어리다고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용궁포는 개발이 필요한 낙후 지역이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가치를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서강철 시장 측은 아직 이 예비후보의 출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젊은 도전자의 등장으로 선거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